원래는 오늘부터 2박 3일 빠이-반락타이 여행을 가려 했었다.

어제 스쿠터 사고로 여행 일정은 모두 취소가 되었는데 그게 또 엄청 미안한거다. 나빼고 다녀와도 괜찮은데 그건 아니라며 취소를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할수도 없으니 어떡해하나 했는데 노피님이 그럼 1박 2일로 빠이만 갔다오는걸로 제안을 줬다.

아픈데 억지로 가는건 좋지 않으니 일어나서 몸 상태가 괜찮으면 빠이로 출발하자고 했다.

전날 밤 자면서 사고 후유증으로 온몸에 진통이 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걱정한게 무색하게 생각보다 몸이 괜찮았다. 근육통이 없으면 말이 안되는데 예상보다는 덜 아픈거다. 약발도 있을테고 생각보다 내 몸이 튼튼했나보다.

아침에 병원에 가서 드레싱을 받고, 마야몰에 가서 환전을 하고는 12시에 노피님, 찬주님과 합류했다. 이번 빠이 여행은 차로 다함께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가는 길에 KFC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3시간간에 걸쳐 빠이에 도착했다. 약을 먹었더니 이상하게 졸음이 심하게 와서 뒤에 앉아 잠에 빠졌다.

Pai Yododo Resort에 도착한 후 짐을 풀었는데 생각보다 숙소 컨디션이 좋았다. 수영장도 있고 정원도 있고 무엇보다 룸 컨디션이 괜찮았다. 외곽에 있어서 소음도 없었다.

노피님은 피곤한지 잠깐 잠에 들었고, 루시와 찬주님과 나는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은 가볍지가 않았다.

[솔직함, 깊은 속마음 그리고 개발에 대한 두려움]

찬주님과 나 사이의 공통점이 루시이기에 대체로 루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이때의 짧은 대화가 루시의 실행에 큰 변화를 주게 되었다. 2016년에 개발에 대한 고비가 있었고 그로인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힌트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루시에게는 개발에 대한 이슈를 나눌 친구가 생겼고, 동시에 왜 앱 개발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생긴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잘하는것보다 더 중요한 팔릴만한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그게 돈이되면 잘하는 일이 되겠지.

이야기를 상콤하게 마무리를 하고 노피님을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시끄럽게 떠들었는지 깊은 잠에는 들지 못했나보다. (웃음)

5:30쯤 화이트 불상을 보고, 위에서 빠이를 내려다봤다. 작년에 왔을때는 공사중이었는데 완공된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여기에 다시 왔구나 싶었다. 아는 곳을 다시 올때마다 그때의 내가 생각난다. 모든 것이 새롭기도 하고 모든 것이 낯설기도 해서 두렵고도 즐거웠던 기억들이 말이다.

빠이가 보이는 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찬주님, 나, 루시(쏴리..)


(보이지 않는) 석양을 보며 즐거워하는 노피님


코끼리를 보려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는지 모두 퇴근(?)을 한 상태였고 저녁은 야시장에서 해결을 했다. 빠이에 오면 꼭 먹겠노라했던 고기+곱창+오이 세트를 파는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먹지를 못했다.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나와 루시는 땡모반으로, 노피님과 찬주님은 맥주로 마무리를 했다. 쫑날줄 알았던 저녁은 맥주와 꼬치구이를 들고 숙소에서 이어졌다.

노피님이 소개해준 곳에서 팟타이를 먹었다.


새벽 1시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고등학교 이야기부터, 사랑 이야기, 독립서점에 대하여, 노피님이 하고 있는 일, 서로 좋아하는 사람 없냐는 시시콜콜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옛추억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에 들어와 루시와는 이야기를 더 이어 나갔는데 낮에 나눴던 이야기 중 2가지가 좋았다고 한다.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것과 앱을 잘 만드는 것보다 돈 벌 수 있는것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새벽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Spark Quote 구글 애널리틱스를 보여줬더니 빨리 업데이트를 해야겠다는 말을 하더라. 루시가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다.
그런데 루시가 내 얼굴에 대고 끙끙대며 코를 골고 자더라.
루시, 많이 힘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