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정글 마켓이 열리는 날이다.

아침 6:30에 알람을 맞춰뒀기에 일어나긴 일어났는데 진짜 개피곤하네. 가기 싫은걸 억지로 몸을 일으켜 준비하고 라이딩을 하는데 예상치 못한 길로 이동했다. 원래는 대로변으로 쭉 가면 되는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잘못 들어섰고 뜻밖에도 동네 구경을 한 것이다. 이쪽 동네로 온 적은 처음인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나나정글 주변의 괜찮다 싶은 집들도 눈에 보였다. 발품 프로젝트를 하고 나니 집만 보인다.

도착하고 나니 7시 27분.

카카오톡으로 전화가 와 있길래 늦었나 싶었는데 오고 있는 중이란다. 그래서 번호표를 받고 천천히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참 촬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루시가 은영님이 함께 다가왔다. 내가 100% 일어나지 않았을줄 알았다는 루시에게,

‘전 약속이 있으면 무조건 일어납니다.’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웃음) 루시는 어제 저녁 은영님의 바퀴벌레 사건으로 약간 멘탈이 나가 있다가 잠에 들었다고 한다. 아침에 은영님이 깨워줘서 부랴부랴 챙기고 5분만에 우버를 타고 왔다고. 함께 빵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서 기다렸는데 대기 번호가 한참 뒤다. 어차피 기다림이 오래일 것 같아서 나는 둘러보고 온다고 하고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올 때마다 대충봤기에 이번에는 멋진 장면을 담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찍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거의 우리 번호대에 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G 번호대를 불렀는데 은영님과 루시가 ‘애나, 애나!’를 외치며 다급하게 앞으로 전진했다. 머릿속으로는 다급하게 안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함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비닐 장갑을 탈환했다. 와중에 영상을 찍으려고 천천히 돌고 있는데 이미 루시와 은영님은 보이질 않는다. 몇번을 먹어도 입에 맞질 않아서 이번에는 또 뭘먹나 싶었는데 루시가 다가왔다.

‘애나는 뭐 골랐어요?’

약간의 상기된 목소리로 묻는 루시에게 나는 아무것도 고르지 못했다고 했다. 몰라서 못고른게 아니고 정말 그나마 뭘 먹어야 맛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루시 봉투가 제법 빵빵했다. 크로와상 햄치즈를 골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얘기를 해줄까 말까 하다가 그냥 말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참 맛이 없었지만 별로 빵을 좋아하질 않아서이기도 하고 루시 입에는 맛있을지도 몰라서 말이다.

크로와상 초콜릿과 애플 파이를 고른 후 계산을 하는데 65밧이 나왔다. 속으로 ‘음..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라는 생각을 하며 루시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받아 촬영을 이어가는데 이모님이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215밧!’

이란다. 순간 멈칫하는 루시의 표정을 봤는데 나도 ‘응?’ 싶었다. 왜 이렇게 많이 나왔나 했지만 루시가 정말 빵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해서 이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은영님은 봉투가 두 손 가득이었고 300밧 조금 넘게 나왔다.




나나정글에서 빵을 구매하면 커피가 공짜인데 앞에서 팁을 주길래 루시 팁 줄래요? 라고 물었더니 엄청 단호하게

‘팁 안줄거에요.’

라고 했다. 엄청 단호했는데 왜그랬는지 나중에서야 알았다. (웃음X2)

자리에 앉아서 빵을 먹었는데 하나는 여기서 먹고 하나는 집에 가서 먹을 예정이었다. 은영님은 한 개를 먹더니 맛이 없었는지 나머지 빵은 아는 오빠에게 다 줄거라고 했다. 루시는 맛있다며 크로와상 하나를 다 먹고는 피자까지 먹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크로와상은 맛이 없었고 피자는 그나마 맛있었다고 한다. 피자라도 꼭 맛있어야 한다고 그랬다. 웃음X3) 두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니 빵의 퀄리티를 미리 얘기를 해줄걸 그랬나 싶었다.

나나정글에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빵을 판매하는걸로 유명하지만 즉석에서 갓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파는 것이 아니다. 나나 베이커리라는 곳에서 빵을 가져와서 판매를 하는 것이고 나같은 경우는 나나정글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오는 편이다. 빵을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좋아한다고 했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되게 맛있다고 표현하기는 힘들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말이지.

나나정글을 나와 루시와 은영님네 숙소로 이동해서 잠시 휴식겸 수다를 떨었다. 은영님의 바퀴벌레 사건으로 방을 옮긴 스위트룸을 구경하고, 다행히 방을 바꿔줘서 책도 읽고 신나게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은영님은 3시에 약속이 있고 우리도 점심을 먹으러 가야했기에 밖으로 나왔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주말이기도 해서 힐링을 할까 싶어 루시에게 호수를 가자고 했다. 어딘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가면 백프로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바로 출발을 했다.

가는 길이 막히지도 않고 뻥뻥 뚫려 있기도 한데 절정은 호수 들어가기전의 길목부터다. 라이딩하기에 딱 좋은 코스인데 나무들이 많아서 시원하기도 하고 뻥 뚫려 있기도 하고 완전 자연자연 분위기라서 기분도 좋다. 입구를 지나 호수를 지나가니 루시가 감탄 일색이다. 한바퀴 라이딩을 하고 매일 먹던 식당에서 밥을 시켜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는 한 시간인지 두 시간인지 수다를 떨었는데 진짜 엄청 웃었다. 그 이유는 루시의 나나정글 215밧 사건때문인데, 알고보니 루시도 그렇게 많이 나올줄 몰랐단다. 게다가 평소에 절약을 하면서 돈을 쓰는데 빵에 정신을 잃고는 달려 들어 합리적인 구매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00밧 아끼려고 참고 있는데 맛없는 빵을 215밧이나 주고 샀으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왜그랬나 싶기도 했단다. 진짜 치앙마이 와서 이렇게 웃은적이 처음이었다.



전에 소고기 뷔페를 가려고 했는데 그 곳의 가격이 175밧(원래는 185밧)인데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비싼것 같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오늘 빵 4개를 215밧에 사고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니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쓰고 사건이라고 읽는)이 일어난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나니 215밧이라는 가격을 들었을때의 루시의 표정, 빵을 먹던 루시의 표정, 커피 마실때 팁을 주지 않겠다던 루시의 표정이 생각이 나면서 웃음 바다가 됐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진짜 2시간 내내 나나정글 이야기만 한 듯) 잠시 누워서 쉬었다. 바람을 맞으며 물에 출렁이는 곳에 누워 도란도란 뒷다마를 까며 이야기를 나누니 이 시간이 즐겁다. 마지막으로 호수를 한바퀴 더 돌고 시내로 돌아왔다.

그리고 씨야국수에서 타이 차를 사서 마야몰 지하에서 마시고는 캠프에 올라와 일을 했다.

오늘의 목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끄적끄적 홍보였다. 클리앙에 올린 게시물이 꽤나 호응이 좋아서 (전에 리딤코드로 올렸을때보다 반응이 좋았음) 기분좋게 한 건 했다며 즐거워했고 루시는 먼저 퇴근을 하고, 나는 콘텐츠를 좀 더 만들고 하루를 마감했다.

참 긴 하루였다.
이제 패션후르츠와 벤또와 함께,
돈꽃을 봐야지!!!



✍️ 업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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