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말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종일 20번 이상은 말한 것 같다. 그만큼 아쉬움이 커서일지도 모르고.

일정을 딱히 정하지 않았는데 점심에 카오 소이 매사이를 갈 예정이라는 찬주님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날씨는 어제부터 계속 꾸르릉 상태인데 맑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점심 약속까지 반반 생활살이를 기록하는데에 집중했다. 밀린 기록을 적으려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억을 더듬다보니 각색도 되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최대한 밀리지 말아야겠다. 삼일동안 기록하는데에만 집중했기에 정작 실행해야할 집필은 시작도 하지를 못했다. 콘텐츠로써의 가치를 떠나 기록조차도 이렇게나 어렵다니. 그나마 속도를 찾아와서 다행이지 싶다.

카오 소이 매사이에서 만난 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루시는 생각보다 굉장히 좋아라했고 나도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아니면 꾸르릉한 날에 먹어서 더 맛있는건지 배부르게 잘 먹었다. 야채를 어떻게 넣어서 먹는지 양파랑 같이 먹는 거라던지 설명하는것도 나름의 재미였다.

밥을 다 먹고 나와 어디를 갈지 고민을 했다. 마지막 날이기에 특별한 곳을 가고 싶은데 비가 쏟아질 것 같아서 선택이 갈팡질팡했다. 주변에 괜찮은 카페를 잘 알지도 못해서 어떻게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반캉왓으로 가보기로 했다. 루시와 찬주님은 우버를 타고 가고 나는 스쿠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하는데 심하게 쏟아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속도를 내고 싶지 않아서 평소에 다니던길로 가지 않고 치앙마이대학 후문쪽으로 달려봤다. 근데 생각지도 못하게 길이 괜찮았고, 더욱 좋았던 것은 가는 좋은 숙소를 발견했다. 아, 이제서야 이런 곳을 발견하다니. 발품을 하다보니 그쪽으로 눈이 띄었는지 이제는 겁도 안나고 가서 당당하게 물어본다. 2곳을 취재했는데 한 곳은 추천을 해도 괜찮을만한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달려 반캉왓에 도착하니 두 사람은 구경을 이미 끝냈다고 한다.

일을 해야하기에 카페에 들어가려 했는데 한 곳은 책상이 불편하고 한 곳은 타이티가 없어서 어떻게 할까 또 고민이 시작됐다.

‘근처에 일할 수 있는 카페 있는데 가볼래요?’

No.39도 분위기가 좋아서 가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인터넷 속도가 걸리긴 하지만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기도 하고, 반캉왓에서 거리상 걸을 수 있을 듯 하여 이야기를 하니 루시도 찬주님도 좋다고 한다. 반캉왓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카페로 이동을 했다.

오늘은 무조건 반반생활살이 기록을 마쳐야했다. 더이상 시간 투자를 할수도 없기에 초집중했다. 기록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갔는데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찬주님의 인터뷰를 해볼까?’

원래 일정은 여행사람에서 요청한 인터뷰를 진행해야했는데 순간적으로 우리것보다 찬주님을 인터뷰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지난 2주간 찬주님이 무엇을하며 보냈을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거다.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정말 궁금한 질문을 5가지로 추렸다. 찍다보면 더 궁금한게 있을 것 같아 나머지 질문은 찬주님의 이야기에 따라 애드립을 치기로 했다.

카톡으로 질문 리스트를 보내고는 인터뷰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너무 저돌적인가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긴 했지만 다행히도 찬주님이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인터뷰는 바로 진행하지 않고 저녁을 먹고 진행하기로 했다.

컨셉 사진도 몇장 찍고 호피폴라에서 돌아올때 얘기했던 백수언니 워킹 컨셉에 대한 촬영도 찍어봤다. 구도도 잡아보고 생각해뒀던 포맷이 있으니 루시와 찬주님을 앉히고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거다. 찬주님에게 영상과 같은 형태로 찍어달라 부탁하고는 촬영을 마무리했다. 오늘따라 No.39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집필에 집중도 잘되고 사진 찍기에도 아주 용이했다.

해는 떨어졌고 저녁을 먹으러 가야했다. 루시와 찬주님이 대화를 나누는게 들렸는데 찬주님의 마지막 식사는 까이양 치앙도이였다. 제일 먹고 싶은게 까이양이었나보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이 많았음에도 계속 아쉬워하는 내 모습을 보니 신기할 정도였다. 여행을 같이한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함께 일을하며 보냈던 시간들 속에서 생각의 방향이나 삶의 방향의 공통점에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루시와 다양한 면에서 대화를 핑퐁하는 모습때문에 더 그랬나보다. 루시는 찬주님과 있을때 자신감도 있기도 하고 자신을 내려놓고 솔직하기도 했다.

로컬 카페에서 1시간정도를 들여 컨셉 촬영과 찬주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인터뷰를 잘 준비해줘서 막힘없이 진행되었고 갑작스런 질문에도 솔직하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 촬영 내내 즐거웠다. 촬영을 마무리한 후에는 마켓을 돌며, 마야몰을 돌며 선물할 것을 구경하다가 마야몰 나이트 시장에서 망고를 먹으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주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사건 사고도 많았고 여행도 다녀오고 일도 했고 말이지.
두려움을 이겨내고 개발을 시작한 루시.
깊은 이야기를 나눈 찬주님.
나는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별과 동시에 또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안녕, 찬주님.



✍️ 업무일지

개인업무

  • 케이님이 스스로 '저격글'이라는 단어를 쓰며 장문의 쪽지를 보냄, 장문의 답변을 보냈음
  • 수집&촬영 : 반캉왓에 새롭게 들어가는 길목에 숙소 2 발품함 (Fullrich lanna suite, Tarnthongplace)

노마드씨 원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