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 : 나이트바자 마사지 > 집으로 와서 월세 주기 > 마야몰 위쪽 동네 젯욧 발품하기 > 반캉왓에서 점심 먹기 > 반캉왓 발품하기 > 올드시티 발품하기

계획은 세웠지만 계획대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루시의 컨디션 난조로 집을 더 보기는 힘들었고 오전중에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세워뒀던 계획중에 지역을 선택해야했는데 멀리 가기는 힘들듯하여 젯욧만 둘러보기로 했는데 어찌보면 여기만 둘러본것도 행운이었을까. 3일동안 발품을 했는데 마지막에 본 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전날 새벽 3시에 잤지만 눈은 생각보다 일찍 뜨어졌다. 똥 오너에게 월세도 주고 클리닝도 전달해야하는데 오피스에 없어서 오후에 집에 들리기로 했다. 루시와 만나기 전까지 전날 마무리 못한 콘텐츠를 마무리하고 엄청 빠르게 숙소로 이동했다.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사고의 조짐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3일 내내 빠르게 움직이다보니 정신없이 스쿠터를 몰면서 다녔는데 스쿠터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사지샵을 10시에 약속을 해둬서 급하게 이동했던건데 숙소에 도착하니 루시가 밖에 나와 있질 않았다. 늦을 것 같은 마음에 다가오는 루시에게 잠깐 예민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음료수를 건네주는, 아직도 아파보이는 루시를 보니 또 미안해지는거다. 하아, 자아성찰이 필요한 순간이다.

루시가 줬던 주스, 맛있어서 또 미안해졌다.


아는 길이라 생각하고 마시지샵까지 이동을 했는데 도중에 길을 잃었다. 속으로 '아, 네비게이션을 켤걸 그랬나.' 싶었는데 다행히 길을 찾아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고 나니 바쁘게 온게 무색하게 직원들이 너무 평온하고 천천히 하더라.

마사지를 받고 나니 둘다 기분이 상쾌해졌고, 끝에 생강차가 나왔는데 감기 걸린 루시에게 잘됐다 싶었다. 루시는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후 4시까지만 하자고 했는데 지역적으로 움직이기도 힘들고 체력만 소비할 것 같아 젯욧만 둘러보고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젯욧 동네에 들어와 돌고 도는데 마땅한데가 없다. 어렵게 찾은 집이 하나 있었고 루시는 이 집을 보면서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놀랐다. 루시가 괜찮다하기에는 집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못했고 거리도 너무 멀고 장점은 크게 없어 보이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질 않아 원하는 집을 포기한 것 처럼 보였다.

'여기서 멈추면 루시가 후회할 것 같고, 계속 하자니 컨디션이 좋질 않으니 어찌할까...'

혼자서 집을 둘러봐도 되지만 자신이 보고 선택하는 것이 나아서 무척이나 고민이 되었다. 허나 무리하게 돌수는 없어서 마야몰까지 가는 길목에 있는 집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집이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가는길에 3군데는 더 볼 수 있었다. 허무하게 실패를 해서 속으로는 조마조마했는데 거의 끝났다 싶을 무렵에 호텔같은 건물이 눈에 하나 들어왔다.

마음속으로는 당연히 가격대가 맞지 않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웬걸? 인포메이션 페이퍼를 보는 순간 됐다 싶었다. 가격도 적정한데 방을 둘러보니 루시의 선택을 듣지 않고도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루시는 아마 이 집으로 들어오게 될 것 같다는 걸로 말이다.

마야몰에서 점심을 먹으며, 좋은 집을 찾아 기분좋아하는 루시를 보니 포기하지 않은것이 다행이었던 것 같다.

집을 잘 찾아줘서 고맙다며 따봉을 날려주는 루시


알렉사 호텔에 루시를 내려주고 월세를 내야해야 집에 들리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몸과 정신을 추스리고, 1월 월세도 내고, 클리닝도 이야기를 했다. 똥 오너와 썽크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알렉사 호텔로 향했다.

'쾅'

참 희안하게도 사고 나기 그 짧은 순간 사고가 날 것이라 짐작했다. 사거리를 지나고 있을때 시야에 달리는 차가 보였고 내가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거리를 지나기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차가 지나고 나니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슬로우 모션처럼 시간이 흐르며 머릿속으로는 '아, 부딪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눈을 떴을때는 땅바닥이었다.

옆에서는 나를 향해 개가 짖고 있었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넘어진 스쿠터를 일으켜 세우고 스쿠터 키를 뽑았다. 헬맷과 가방을 챙기며 휴대폰이 사라져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찾고 있다고 하니 누군가가 찾아주더라. 이미 내 주변은 웅성웅성거리고 있었지만 난 내 상황을 하나씩 정리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부딪힌 드라이버에게 가서 한 문장밖에 말을 할 수 없었다.

'I need to hospital.'

스스로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사고난 당시에는 아프지 않았던 몸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오른쪽 몸통은 저려오기 시작했고 오른쪽 골반이 엄청 아픈거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와중에 드라이버가 도망갈까봐 차 뒤에서 쓰러졌고, 1%밖에 남지 않은 휴대폰으로 루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를 끝으로 배터리는 끝났다.

아파 죽겠는데 울지도 못하겠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병원에 가자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태국 사람들은 구경을 하고 있고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와중에 교통사고 났다며 아들에게 구경시켜주는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싶기도 했다.

운이 좋았던 건 숙소의 똥 오너가 그 길목을 지나가던 중 나를 발견한 것이다. 똥 오너는 바로 앰블런스를 부르고 드라이버와 대화를 했고, 나에게는 걱정말라며 안심을 시켜줬다. 아는 사람이 나타나서야 마음이 놓였는지 짐이 어떻게 되든 말든 이제는 몸을 추스리기가 힘들어 드러누웠다. 이제서야 몸이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엠블란스가 왔는데 아직 루시는 오질 않았고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앰블란스에 실린후 드라이버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걱정 말라며 따라간다고 했다. 똥 오너는 출발하기전까지 계속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엠블런스에 몸이 실리긴 했는데 안이 어찌나 부실한지 회전을 할때마다 몸이 쏟아져내린다. 이럴거면 나를 여기 왜 태웠나 싶기도 한데 와중에 또 웃음이 나는거다. 이게 무슨 꽁트도 아니고 사고가 났는데 옆으로 떨어져서 직접 올라와야 하는 상황인건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스쿠터를 내가 직접 옮겨뒀는데 무슨 정신으로 이걸 옮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때만 해도 아.. 내 몸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라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와 간호사가 둘러싸고는 웅성웅성되는거다. 치료는 안하고 질문만 했는데 머리가 괜찮은지, 어디가 아픈지를 묻는거다. 오른쪽 골반이 너무 아파서 바지를 내리고 보여주려고 했더니 워워하며 웃으며 말리는거다. '아놔, 그게 아니고 오른쪽 골반이 아프다고!!!' 보여주고 싶은데 안본다고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니 사람들이 다 사라진거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보며 끙끙대고 있는데 루시와 노피님이 나타났다.

아... 이 때의 심정이란. 몸이 나은것도 아닌데 아는 사람이 나타나니 마음도 놓이고 몸이 더 아프기 시작했다. 다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진찰을 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노피님에게 너네 병원비 낼 돈이 있냐고 물어봤단다. 돈이 없으면 의사 선생님 진찰을 받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피님이 카드를 당당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웃음)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처리가 되었고 CT와 엑스레이 촬영을 했더니 다행히 머리와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듣던중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면 왜그렇게 오른쪽 골반뼈가 아팠던거지? 의사 선생님에게 아픈 부위를 그제서야 보여줄 수 있었고 그제서야 골반쪽이 다발성으로 살덩어리가 떨어져나감을 알았다. 꼬맬때 봤더니 다발성으로 나간 살을 한데 모아 꽤매더라. 꽤 찢어져서 20~30발은 꼬맬줄 알았는데 9발이란다. 잘못들었나 했는데 꼬맨쪽을 보니 정말 9바늘이다. 원래 이렇게 듬성듬성 꼬매는건가 싶었지만 꼬맨게 어디랴. 이렇게해서 낫기라도 하면 좋겠다.

꼬매고나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바로 퇴원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경찰서에 들렀는데 일처리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나는 그사고경위서에 사인만 하는것으로 끝났는데 아무래도 드라이버랑 스쿠터를 렌트해준 떤 사장님이 처리를 잘 해준 것 같다.

이후에는 노피님과 루시와 함께 돼지라는 곳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너무 긴 하루였다.


Thanks to

루시 : 병원에 도착해서 손을 덜덜떠는 루시를 보니 미안했어요. 통역도 대신해주고 빠이 여행길에도 내내 나를 돌봐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루시가 없었으면 심정으로 더 힘들었지도 모르는데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루시

노피님 : 경찰서에도 왔다갔다해주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과정에서도 걱정말라며 안심을 시켜준 덕분에 정말 안심이 됐어요. 빠이-매홍손 여행도 망칠뻔했는데 노피님 덕분에 여행도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노피님

똥 오너 : 똥 오너가 아니었으면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발견후에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걸 보고 정말 고마웠어요. 게다가 전해들었지만 애나는 자신의 친구라서 도와준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 받았어요. 고마워요, 똥 오너

떤 사장님 : 병원에도 찾아와주고, 괜찮냐며 위로도 해주고, 경찰서에도 막 도와주고, 돌아오는 길에도 데려다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줘서 되려 미안했어요. 보험 처리도 잘 처리해주셔서 걱정없이 병원 다녔어요. 고마워요, 떤 사장님

찬주님 : 사고때문에 여행 일정이 변경됐는데도 괜찮다며 여행내내 걱정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