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10시다.
어제 라이딩이 피곤해서였을까? 오전을 잘 활용해야 콘텐츠 집필을 할 수 있는데 늦게 일어나니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오전이 없으니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드는데 영어 공부를 안한지도 오래다. 내일은 늦어도 9시에 일어나길 바란다, 애나야.
씻고 나오니 점심 시간에 가까워졌고 오늘은 전에 추천받았던 Cat House에 가기로 했다. 치앙마이롯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루시를 태우고 캣 하우스로 출발했다. 며칠 같이 다니다보니 스쿠터를 탈때의 역할이나 이동 동선에 대한 생각들의 의사결정이 빠르게 되고 있다. 서로 배려해야할 부분을 잘 챙기고 있는 듯 하다.
캣 하우스에 도착하고 놀란 것은 90% 이상의 웨스턴이었다. 한국 사람에게 유명한 맛집이 있듯이 여기는 웨스턴들에게 유명한 맛집인지 아시안을 찾기는 힘들었다.
‘여기 왠지 비쌀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메뉴판을 보니 기본 100밧이다. 물론 한국돈으로 하면 3,300원밖에 하지 않는 금액이지만 치앙마이 물가대비 저렴한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싼건 아니지만 비싸다는 느낌이 틀리지는 않아 서로 웃었다. 동네 분위기도 좋고 가게 느낌도 좋았는데 음식도 맛있었다. 값어치를 할만큼의 퀄리티였고 무엇보다도 오랜만의 서양 음식이라서인지 든든하게 먹은 느낌이었다.
스쿠터를 탈때 재미있는 것중의 하나가 길을 익히는건데 이쪽으로 몇번 와서인지 지도를 한 번 보면 대충 감이 온다. 지도를 보지않고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느낌은 생각보다 짜릿하다. 그만큼 치앙마이에 익숙해졌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지. 목적지였던 TCDC를 왔는데 문이 닫혀 있는걸 보고 순간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이 휴무인걸 알고 있었음에도 왜 이런 실수를 했지? 익숙한 길이라는게 무안하게도 구글 지도를 보지 않을때는 종종 이런 실수를 하곤 한다.
다른 카페로 옮겨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루시에게 벤자민님에게 연락이 왔단다. 일을 할 수 있는 카페라고 하기에 가겠다고 답변을 드렸다. 어차피 저녁 약속을 했기에 잘됐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하루종일 언니에게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스타트업 카페에 가는 길이 익숙했는데 전에 맛집을 왔다가 실패했던 동네였다. 그때 왔을때도 동네가 조금 부티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둘러보니 새로운 콘도들이 많이 생기고 있었고 빈 집이 많이 있었다. 길도 시원하게 뚫려 있었는데 벤자민님 말로는 밤이 되면 좀 시끄럽다하니 역시나 살아봐야 좋고 나쁜걸 알 수 있구나 싶었다.
카페에 도착하고 벤자민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질 않았다. 작년에는 발리에서 봤었는데 매년 안식월이 있는 벤자민님을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 생각한다. 응원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 도움되는 이야기도 많이 듣기에 만남은 항상 즐거웠다. 과연 오늘은 어떤일이 있을까?
1시간 정도 근황 토크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시작했다. 어제 업데이트를 못한 끄적끄적 서비스 마무리를 했는데 나는 스크린샷 준비를 하고 루시는 스크린샷에 들어갈 영상 편집을 했다. 그리고 리뷰 요청을 끝으로 끄적끄적은 우리의 손을 떠났다. 최근 환경이 개선되어 24시간내에 리뷰가 완료되는데 리젝없이 무사히 업데이트를 되길...
업데이트를 하고 백수언니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실시간 방송을 했다. 끄적끄적 업데이트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면서 페이스북 반응을 살피려했는데 역시나 아직은 힘이 부족한 것일까.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텐데 사전에 공지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내용이 흥미롭지 않을수도 있었고, 시간대가 적절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다음에 실행할때는 미리 공지를 하고 방송을 해봐야겠다. 벤자민님도 잠깐 출연을 하셨다.
그리고는 여행사람에서 요청한 인터뷰 방송을 이어갔는데 역시나 적합한 각도를 찾기가 힘들다. 빛때문에 배경이 날라간다던지 배경이 별로라던지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던지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 그나마 나은 자리를 선점해서 촬영을 이어나갔다. 우리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힘든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쏟는 것 같기도 하고 잘하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 참 왔다리 갔다리 한다. 빨리 마무리하고 내 일에 집중하고 싶은게 가장 크긴하다.
한참 촬영을 하고 있으니 벤자민님이 인터뷰 촬영 형태를 좀 바꾸면 어떠냐고 한다. 정면 응시가 부담스러우니 시선을 좀 바꾸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형태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해서 테스트로 촬영을 해봤다. 촬영을 할때 시선이 중요한데 응시하는 눈동자가 적합하지 않아서 정면 응시로 원래대로 촬영을 하기로 했다. 다른 아이디어도 줬는데 여러 환경에서 촬영을 해보거나 대사를 혼자하게 되면 화면 구성을 다르게 하는 것에 대한 제안이였다. 좋은 아이디어인듯하여 시도를 해보려 했으나 해가 떨어져서 촬영은 중단했다. 대체 며칠째 인터뷰 영상을 찍고 있는 것인가...
업무를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샤브샤브집이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도 좋았지만 역시나 좋은 사람과 함께하니 더 맛있다. 먹으면서 벤자민님의 재미있는 사업 스토리를 들었는데 역시나 사업 이야기는 이렇게 생생하게 들을때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컨퍼런스나 모임에서 들으면 핵심만 들어서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데 이렇게 들으니 심정이 더 와 닿는다.
자리를 옮겨 맥주집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개발 이야기도 나왔다. 벤자민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우리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지? 라고 생각이 들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다. 단순히 좋아요가 아니라 맥락상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특히나 오늘 피드백 준 끄적끄적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리의 실행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와 관련된 문서를 정리해둘 정도로 중요한 피드백이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넘어 나와 루시에게 용기까지 얹어주었다.
오늘의 대화는 끝났다.
돌아서는 길에 루시가 그랬다. 자신의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힘이 나고 예전에는 왜 도와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약간의 상기된 얼굴과 웃음기가 보이는 루시의 표정을 보니 이제는 리마인드가 필요 없을 것 같다. 즐거워하고 하고 흥분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많은 사람과 함께하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에너지가 교류된다. 일방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나누면서 각자 에너지를 가져가는 그런 관계가 좋다. 특히나 해외에서 만나다보면 너나 나나 오픈마인드가 되어서 부정적 이야기들은 잘 오가지 않는다. 깊이있는 생각들은 결국에는 자신에 대한, 인생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결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지만 괜찮다.
지금처럼 하면 되는거다.
✍️ 업무일지
- 메타데이터 디자인 : 영어버전 최종 마무리하고, 한국어 버전도 재작업
- 기획 : 1.1.2v에서 해결해야할 과제
노마드씨
- 촬영 : 여행사람에서 요청한 디지털노마드 인터뷰
- <우리는 디지털노마드다> 페이스북 페이지 콘텐츠 2일치 업로드 : 이번주는 콘텐츠가 별로 없네
노마드씨 원정대